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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캐슬> 김주영의 냉정함과 예서의 욕망 “누구나 서울대 의대를 갈 수는 없다.” 이 말은 스카이캐슬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는 듯 들린다. 그중에서도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과, 그녀의 제자가 된 강예서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이다. 김주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가이고, 예서는 그 전략을 기꺼이 따르는 능동적인 수험생이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를 넘어선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서로의 결핍을 통해 자신을 완성시켜갔다. 한 명은 ‘합격’을 위해 인간성을 버렸고, 한 명은 인간성을 버리면서도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목표만을 향해 달렸다. 이 리뷰에서는 김주영의 냉정함, 예서의 욕망, 그리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심리적 역학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다시 읽어본다. 단지 자극적인 한국 입시 드라마가 아니라.. 2025. 6. 22.
드라마 <SKY 캐슬>, 상류층 교육 전쟁의 민낯 어느 날 밤, 텅 빈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전복됐다. 차 안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엄마가, 그 옆에는 자리에 앉아 그저 눈만 질끈 감고 있는 딸이 있었다. 이 장면은 드라마 1화의 엔딩이다. 당시엔 내가 뭘 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교육 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고?’라는 의문을 품은 채, 나는 2화를 재생했고, 그렇게 20화까지 정주행하게 됐다.은 단순한 교육 드라마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뒤틀린 욕망, 체면, 성공에 집착하는 인간 군상을 심리 스릴러처럼 날카롭게 파고든다. 부모들의 입시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를 파헤치고, 그 피해가 누구에게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 은 그저 ‘자녀 교육’을 다룬 드.. 2025. 6. 22.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레트로의 귀환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는 이제 특정 세대의 추억을 넘어, 하나의 ‘문화 취향’으로 자리잡았다. 과거의 감성을 재해석해 현재에 소비하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는 세대를 아우르며 일상 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은 단순히 ‘1980년대를 그린 드라마’가 아니라, 만년필, 팬팔, 추억의 음악과 패션으로 떠나는 복고 여행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따뜻한 감정과 소중했던 물건, 관계의 방식까지 되돌아보게 만든 대표작이다. 이 드라마가 유독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은 이유는 시대의 정서를 단순히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생활의 감도’를 섬세하게 포착해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교복, 오래된 집, 테이프 녹음기만으로는.. 2025. 6. 21.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사랑의 방식과 감정의 방향 이 끝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질문 하나가 있다. “왜 덕선이는 정환이가 아니라 택이를 선택했을까?” 이 드라마의 로맨스는 단순히 누가 ‘남편’인지 맞추는 퀴즈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 각기 다른 감정 표현의 온도, 그리고 각기 다른 인물들의 내면 풍경이 조용히 담겨 있다.정환은 말하지 못한 마음의 대명사였다. 시청자들은 그의 눈빛과 행동을 통해 사랑을 읽었고, 그가 끝내 입을 다무는 순간 함께 가슴 아파했다. 반면 택이는 서툴지만 꾸밈없이 감정을 표현했고, 망설임보다는 확신을 택했다. 덕선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했고, 결국 택이의 손을 잡았다.이 글은 정환과 택이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덕선이 어떤 감정을 통해 선택을 .. 2025. 6. 21.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쌍문동 가족들의 따뜻한 성장기 “가족과 이웃은 같은 말이 아니야.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이웃은 선택할 수 있거든.” 을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 곳곳에 녹아 있는 이런 ‘생활의 철학’들이 자연스레 가슴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골목에서 함께 자란 다섯 친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복고극도, 연애 성장드라마도 아니다. 은 그 시절의 웃음과 눈물을 빌려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계의 온도를 조용히 되묻는다.많은 드라마가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이처럼 이웃까지 끌어안는 서사를 이토록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은 드물다. 쌍문동이라는 실제 장소를 무대로, 매일같이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다섯 가족의 일상은 놀랍도록 평범하다. 하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요즘 세상에선 찾.. 2025. 6. 21.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 99즈 밴드와 커버곡, 그 시대의 공감과 유행 드라마를 넘어 문화가 된 이야기, 은 의료드라마, 우정드라마, 성장드라마라는 여러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단순히 배경음악이나 삽입곡 수준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직접 밴드를 만들어 연습하고, 매회 엔딩곡처럼 커버곡을 연주하며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음악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아우르며, 때로는 부모世대의 추억을, 때로는 지금 청춘의 감성을 건드린다.특히 99즈 밴드는 극 중 다섯 주인공의 우정을 상징하는 존재이자, 드라마의 정서적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밴드 연습 장면은 병원의 긴장과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다섯 친구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또한 매회 바뀌는 커버곡은 해당 회차의 감정선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2025.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