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서 '이 사람, 느낌은 좋은데…'로 끝나지 않으려면?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간혹 이런 생각이 드는 글이 있다. ‘에너지 넘치고 경험도 다양한데, 이상하게 신뢰가 안 간다?’ 이런 인상을 주는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탐험형(MBTI SP)이다.
ESTP, ESFP, ISTP, ISFP로 대표되는 이 유형은 생기 있고, 순간 몰입 능력이 뛰어나며 행동력이 빠르다. 이들은 복잡한 이론보다는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것을 선호하고, ‘진짜 경험’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문제는 자기소개서라는 형식이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 있다. 다채로운 경험을 나열했지만, 왜 그걸 했는지,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빠지면 ‘깊이 없이 가볍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이 글에서는 탐험형 지원자들이 자주 범하는 자기소개서 실수를 실제 예시와 함께 짚어보고, 어떻게 유연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첨삭 전략을 소개한다.
경험은 많지만 서사가 없다: ‘나열’에서 ‘연결’로
탐험형은 경험이 많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바로 ‘내가 뭘 해봤는가’이다. 그런데 이 방식은 다음과 같은 오류로 이어진다.
(잘못된 예시) “학교 방송반, 교내 행사 사회, 단기 봉사활동, 여행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 많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며 성격도 밝아지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겉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평가자는 이런 글에서 “그래서?”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경험들이 무슨 맥락에서 일어났고, 그 안에서 어떤 태도 변화나 사고의 확장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첨삭 후 예시) “사람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지만, 막상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긴장을 많이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본의 감정을 직접 손으로 써보거나 카메라 리허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이후 진행한 교내 축제 MC에서는 즉석 질문에도 웃으며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 앞에 서는 경험을 단순히 반복한 것이 아니라, 내 방식으로 개선하며 배운 실천의 과정이었습니다.”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경험 → 깨달음 → 변화’의 구조로 서사를 쌓으면, ‘와, 진짜로 해봤구나’ 하는 신뢰가 생긴다. 이런 연결의 문장은 탐험형이 자기소개서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 요소다.
“열심히 했다”는 감정의 나열을 피하고, 구체로 내려오기
탐험형은 감각 중심형이다. 그래서 ‘정말 재밌었다’, ‘보람 있었다’, ‘감동했다’ 같은 정서적 표현을 많이 쓰지만, 정작 독자는 ‘왜?’, ‘어떻게?’라는 설명을 기대한다.
(잘못된 예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고, 나눔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표현은 따뜻하지만, 구체성이 없다. 독자는 “무슨 활동이었고, 어떤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당신은 뭘 했는가?”를 알고 싶다.
(첨삭 후 예시) “지역 아동센터에서 진행한 연극 수업에서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말을 못 하겠다’며 울먹이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오늘은 연습만 해볼까?’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고, 다시 무대로 올라간 아이는 결국 마지막 발표에서 ‘엄마 사랑해요’를 외쳤습니다. 그날, 아이의 변화가 내 진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나도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같은 감정이라도 행동 중심으로 묘사한 후, 그 감정을 자기 변화로 연결하면 글의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탐험형이 가진 '감정에 민감한 공감 능력'을 막연한 감성에서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분위기 메이커예요"에서 끝나지 않기: ‘분위기’가 아닌 ‘역할’로
탐험형은 사람을 좋아하고, 팀 활동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이다. 그래서 ‘저는 분위기 메이커입니다’라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원 동기나 기여도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잘못된 예시) “항상 팀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고, 구성원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첨삭 후 예시) “공모전 준비 중 팀원 간 갈등으로 회의가 멈췄던 적이 있습니다. 팀장조차 난감해하던 상황에서, 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일부러 중간 발표 피드백 중 ‘가장 잘한 점만 찾기’를 제안했습니다. 덕분에 부정적 피드백이 아닌 ‘우리가 잘해온 것’에 집중할 수 있었고, 다시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이때 느낀 것은 단순히 분위기를 띄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전환하는 주도권도 역할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탐험형의 강점은 ‘즉각적인 센스’와 ‘상황 판단력’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선 그 강점을 단순한 이미지(분위기 메이커)가 아니라, 기여(조율자, 연결자, 아이디어 제안자)로 연결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유연하되 가볍지 않은 자기소개서를 위하여
탐험형 자기소개서는 잘만 쓰면 가장 생생하고 흥미로운 글이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새로운 상황에도 빠르게 적응하며, 행동 중심의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동감이 자기소개서라는 형식 안에서 구조와 메시지를 갖추지 않으면, 종종 “재밌는 이야기였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탐험형에게는 다음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자기소개서의 구조와 목적을 존중하는 것. 아무리 자유롭고 감각적인 사람이라도, 자기소개서에서는 '읽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이 경험이 나를 어떻게 바꿨는가?’, ‘지원한 직무와 어떤 연결점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경험도 ‘그냥 경험’으로만 남는다.
둘째, 나만의 언어로 그 경험을 녹여내는 것. 탐험형은 직접 체험한 것에서 배움을 얻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자기소개서에서도 드러내려면 막연한 감정이나 추상적인 평가보다는, 구체적인 장면과 행동 중심의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열심히 했다”는 말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몰입했는가를 보여주는 문장이 훨씬 강력하다.
또한, ‘분위기 메이커’, ‘친화력 있는 사람’이라는 식의 자기 평가는 평가자 입장에서 의미 없는 자기진술이 되기 쉽다. 그보다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팀에 기여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지원자의 실질적인 강점을 드러내는 편이 훨씬 신뢰감을 준다.
탐험형은 자유롭고 유연한 만큼,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해진 형식’을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형식은 ‘틀’이 아니라, 이야기를 살아나게 만드는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되,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실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진정성과 가능성을 평가자에게 ‘믿고 싶게’ 만드는 설득의 글이다.
즉, 자기소개서가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그래서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탐험형의 에너지와 경험을 논리와 서사로 정리하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딱딱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탐험형에게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어투가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안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에 강점이 있고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가볍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자기소개서를 만드는 핵심이다.
결국 탐험형이 자기소개서에서 빛나기 위해 필요한 건, 내가 직접 부딪치며 얻은 경험을 ‘글로 번역해내는 힘’이다. 당신의 자기소개서가 한 편의 설득력 있는 다큐멘터리처럼 읽힌다면, 그 누구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탐험형만이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