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비현실적인 사랑을 꿈꾸고,
어떤 이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을 즐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현실 같아서
더 웃기고, 더 슬프고, 더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 마음을 파고든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2019년 JTBC에서 방영된 <멜로가 체질>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대단하지 않지만 섬세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30대 여성 세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이별, 일과 우정,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시간이 지나며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 같다”는 반응이 뜨거웠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겪는 사랑의 갈피,
직장에서의 애매한 고충, 친구들과의 미묘한 감정선은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감정이다.
그래서인지 <멜로가 체질>은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우리 삶의 단면처럼 느껴진다.
<멜로가 체질>은 로맨스나 코미디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진짜 ‘삶’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이 글에서는 <멜로가 체질>의 기본 정보와 전체적인 줄거리,
그리고 주인공 3인의 리얼한 일상에 대해 살펴보며
왜 이 드라마가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는지 짚어보려 한다.
드라마 기본 정보와 시청 포인트
제목: 멜로가 체질
방송사: JTBC
방영기간: 2019년 8월 9일 ~ 9월 28일
편수: 총 16부작
연출: 이병헌
극본: 이병헌
출연: 천우희(임진주 역), 전여빈(이은정 역), 한지은(황한주 역), 안재홍(손범수 역), 공명(추재훈 역)
<멜로가 체질>은 <스물>, <극한직업>으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은 드라마다.
그의 작품은 일상 속에 스며든 유머와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겼으며,
한 편의 에세이를 영상으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방영 당시 <멜로가 체질>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마니아층에게는 ‘레전드 드라마’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방영 후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 플랫폼에서의 입소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인생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추천 리스트에 자주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멜로가 체질>이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연애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직장 내 갈등, 우정의 밀도, 자존감 회복, 삶의 허무함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코믹하게 풀어내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 3명의 직업도 이 드라마의 큰 시청 포인트 중 하나다.
작가, PD, 마케팅 팀장이라는 방송업계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드라마 속 드라마, 드라마 속 다큐멘터리, 드라마 속 제작회의 등
다양한 메타 콘텐츠가 등장한다.
실제로 방송국에서 일하거나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내부 묘사로 다가오며, 그렇지 않은 일반 시청자에게도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또한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 있는 대사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대화를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옮긴 듯한 자연스러운 톤,
어딘가 맥이 빠진 듯한 힘 빠진 농담,
친구끼리만 가능한 철없는 대화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그런 리듬감 있는 대사 덕분에 <멜로가 체질>은
‘BGM 없이도 귀가 즐거운 드라마’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톤 앤 무드는 ‘밝지만 가볍지 않고,
유쾌하지만 슬픔이 깔려 있는’ 감정이다.
말하자면 웃음 뒤에 삶의 무게가 숨어 있고,
울음 끝에 희망이 깃들어 있는 구성이다.
이러한 정서 덕분에 <멜로가 체질>은 다 보고 나서도
잔잔한 파동처럼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특히 여타 드라마와 달리 <멜로가 체질>은
매회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감정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매 에피소드가 마치
독립적인 짧은 에세이 같고, 일기장처럼 다가온다.
이런 연출 방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시청자에게는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드라마를 볼 때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실제 대화처럼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대사’,
연애와 일상, 이별과 성장의 복잡한 감정을 담은 ‘서사’,
그리고 세 여성의 ‘우정’과 자립적인 삶의 방식이다.
결국 <멜로가 체질>은 ‘무언가 극적인 사건 없이도
충분히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이해하려면
오히려 빠른 전개보다는 ‘공감의 속도’로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세 여자의 리얼하고 쿨한 일상”을 말하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세 명의 30대 여성이 있다.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는
서로 다른 성격과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지만,
함께 살아가며 일상을 공유한다.
임진주(천우희 분)는 드라마 작가.
감정에 솔직하고, 유머로 자신을 방어하며 살아간다.
이별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마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독이며 살아간다.
그녀의 입담과 관찰력은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은정(전여빈 분)은 다큐멘터리 PD.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성향을 지녔으며,
연인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간다.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엉뚱하게
일상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이 드라마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황한주(한지은 분)는 드라마 제작사 마케팅 팀장.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그녀는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대변하며,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들이 함께 사는 집은 드라마 속 '생활 공간'이자
감정의 진폭이 드러나는 무대다.
커피를 마시며, 혼잣말을 하며,
때로는 울고 웃는 장면들은
여성들의 ‘리얼한 하루’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들의 일상은 거창하지 않다.
가끔은 유치하고, 때로는 지치고, 또 어떤 날은 괜히 울컥한다.
하지만 바로 그런 모습이 진짜 우리의 모습이다.
<멜로가 체질>은 드라마적 과장을 최소화하면서도,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이들이 겪는 고민은 특별하지 않기에 더욱 특별하다.
왜 여성 시청자들에게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얻었나
<멜로가 체질>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유독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 이야기 같아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겪는 감정은 매우 개인적인 듯하면서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가령, 임진주의 연애 방식과 솔직한 자기 표현은
많은 여성들에게 ‘대리 만족’과 동시에 ‘현실 반영’을 선사한다.
이은정의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황한주의 워킹맘 일상은 모든 30~40대 여성의 현실을 대변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극복’보다는 ‘함께 견디기’를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우정은 강한 무기가 되고,
자기다운 삶을 추구하는 힘이 된다.
사랑에 목매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존중하고,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삶,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멜로’의 새로운 정의다.
또한 <멜로가 체질>은 대사 하나하나가
명문장으로 남을 정도로 탁월한 표현력을 자랑한다.
다음은 시청자들이 뽑은 대표적인 명대사들이다:
“나는 어차피 나밖에 못 살아.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줘야 돼.”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마. 더 외로워.”
“그냥…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
“이별은 했는데, 정리는 아직 못 했어요.”
이런 대사들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드라마의 말이 아니라 나의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멜로가 체질>은 화려한 사건이나 반전이 없어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매회 터지는 웃음과 눈물, 그리고 공감은
드라마의 클리셰를 거부한 채 오히려 더 진실된 이야기를 선물한다.
특히 30대 여성들의 ‘감정의 언어’를 정확히 짚어낸 작품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다.
이 드라마는 여성만의 드라마도 아니고,
30대만의 드라마도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다.
그래서 <멜로가 체질>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감정,
오래 곱씹게 되는 장면들을 남긴다.
만약 아직 <멜로가 체질>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을 마친 후 한 회만 시청해보자.
드라마를 다 보기 전에 이미 인생 드라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은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이거… 내 얘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