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시크릿가든>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왜 유행했을까?

by jadu79 2025. 7. 18.

2010년, 안방극장을 강타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당시 대중문화의 흐름을 통째로 바꿔놓은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엔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적 설정과 감정선이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화제를 몰고 온 건 김주원이 입었던 반짝이는 ‘트레이닝복’이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던 명품 트레이닝복, 톡 쏘는 말투와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명대사, 그리고 전국적으로 번진 패러디 열풍까지. <시크릿 가든>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보는 것을 넘어서 따라 하고, 흉내 내고, 친구와 유행어를 주고받으며 공유했다. 지금은 흔한 패러디 문화지만, 당시에는 방송 프로그램을 넘어 광고, 개그 콘서트, 일반인 SNS까지 확장되며 드라마가 문화 전체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이 글에서는 <시크릿 가든>이 만들어낸 트레이닝복 열풍과 패러디 문화를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 배경, 유행한 패션과 음악, 그리고 지금 봐도 흥미로운 트리비아들까지 정리해보려 한다. 다시 돌아보면, 그 반짝이 트레이닝복 안에는 단지 ‘현빈’만이 아니라, 한 시대의 감성이 담겨 있었다.

&lt;시크릿가든&gt;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왜 유행했을까?
<시크릿가든>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왜 유행했을까?

시대가 낳은 패션 아이콘: 트레이닝복, 왜 그렇게 화제가 됐을까?

<시크릿 가든> 방영 당시, 김주원이 입은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었다. 골드빛, 은빛으로 번쩍이는 이 옷은 명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제품으로, 실제로는 상·하의 각각 수십만 원을 호가했다. 문제는 이 옷이 그저 등장만 한 게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김주원은 이 옷을 입고 매번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말투는 딱딱하고 계산적이지만, 그의 외모와는 극도로 대비되는 반짝이 트레이닝복이 시청자에게는 의외성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줬다. 극 중 라임이 이 옷을 보고 “이건 뭐, 번쩍번쩍 쇼핑몰 모델도 아니고”라고 말하는 장면에서조차 주원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는다. 트레이닝복이 웃음 포인트이자 인물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드라마 방영 후, 이 트레이닝복은 각종 예능에서 개그맨들이 패러디했고, 패션 쇼핑몰에서는 유사 제품이 등장했다. 심지어 할로윈 파티, 커플룩, 졸업사진 콘셉트로도 등장할 정도로, 그 시절의 ‘상징’이 되었다. 트레이닝복이 유행한 이유는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 아니었다. ‘진지하게 웃기는’ 김주원의 태도, 그리고 극 중 트레이닝복을 통한 신분의 역설이 더해져 사람들 기억에 깊이 남게 된 것이다.

 

유행어와 패러디 문화: “이게 최선입니까?”의 전파력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대사는 <시크릿 가든>을 대표하는 유행어이자, 2010년대 초반 한국 대중문화 속 유머 감각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극 중 김주원은 회사 일뿐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철저히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벽주의자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의 이 말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라, ‘주원의 성격’을 압축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문장을 너무나 빠르게 ‘웃음 코드’로 흡수했고, 일상 속 밈으로 재탄생시켰다.


누군가 밥을 급하게 먹고 체했을 때, 누군가 PPT를 허술하게 준비했을 때, 누군가 소개팅 상대를 애매하게 평가할 때, 사람들은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대사는 사회 전반에 퍼지며 다양한 맥락에서 재창조되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네이트판 등 커뮤니티에는 이 대사를 활용한 짤과 캡처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공유됐다.


TV 예능에서도 이 대사는 빠르게 활용되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김주원을 흉내 낸 패러디 코너가 등장했고, <무한도전>, <1박 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진들이 서로에게 “이게 최선이냐?”고 묻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그 말투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패턴이 되었고, 이후 다른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비슷한 말투의 캐릭터들이 등장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뿐만 아니라, 당시 기업 광고들도 이 유행어를 적극 활용했다. 통신사 광고에서는 고객센터 상담사가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묻고, 금융 광고에서는 ‘고객 중심’을 강조하기 위해 이 대사를 변주했다. 한 소셜 커머스 기업은 할인률이 낮은 상품 앞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문구를 넣어 실제 마케팅에 사용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주원의 말투 자체도 유행했다. 지나치게 논리적인 말투, 상대의 감정을 무시한 채 정답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는 당시 ‘까칠하지만 멋있는 남자’의 전형으로 소비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이를 ‘주원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그 여잔데?”, “길라임 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같은 대사를 따라하며 유희적으로 즐겼다. 이처럼 <시크릿 가든>의 언어는 단지 극 중 캐릭터의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웃음을 나누는 ‘언어 문화’로 확장된 셈이다.


이러한 유행어와 말투의 확산은 <시크릿 가든>이 단지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밈(social meme)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단순히 대본을 넘어, 사람들이 ‘쓰고 싶은 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과적으로 “이게 최선입니까?”는 그 시대를 풍자하면서도, 누구나 가볍게 따라 할 수 있는 대사로 자리 잡으며, <시크릿 가든>을 ‘국민 드라마’로 각인시킨 상징이 되었다.

 

음악과 비하인드, 그리고 지금 봐도 재밌는 트리비아들

<시크릿 가든>의 OST는 드라마 인기의 또 다른 핵심이었다. 특히 백지영이 부른 <그 여자>, 현빈이 직접 부른 <그 남자>는 서로 같은 멜로디에 가사를 바꿔 부르는 곡으로 구성되어 ‘서로를 바라보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드라마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 곡들은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했고, 결혼식 축가, 노래방 인기곡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재미있는 건 현빈이 실제로 <그 남자>를 불렀다는 점이다. 배우가 직접 OST에 참여한 경우는 드물었기에 이 또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화제가 되었다. 현빈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김주원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했고, 이 곡은 드라마를 뛰어넘어 하나의 ‘발라드 명곡’으로 남았다.


또한, 현빈은 이 작품을 끝으로 군 입대를 했는데, 입대 직전 인터뷰에서 “김주원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군 복무 기간 동안에도 <시크릿 가든>은 꾸준히 회자되며, 드라마가 아닌 ‘현상’으로 작용했다.


비하인드도 흥미롭다. 하지원은 실제로 액션 연기에 도전하기 위해 액션스쿨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많은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특히 김주원과 라임이 서로의 몸에 들어간 후 행동을 흉내내는 장면에서는, 서로의 연기 스타일을 관찰하며 분석했다고 한다. ‘현빈이 연기한 하지원’, ‘하지원이 연기한 현빈’이라는 독특한 장면이 자연스러웠던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트레이닝복은 원래는 한두 장면에서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제작진은 해당 의상을 주원의 ‘대표 의상’으로 설정했고, 이후 시즌 내내 다양한 색상의 트레이닝복이 등장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닝복은 김주원이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외형을 동시에 설명하는 ‘서사 도구’가 된 셈이다.

 

패러디 문화 현상
<시크릿 가든>은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다. 스토리의 감정선도 훌륭했지만, 그 감정선을 더 많은 대중과 공유하게 만든 것은 바로 ‘문화적 확장성’이었다. 트레이닝복이라는 아이템 하나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상징이 되었고, 유행어는 일상어로 번졌으며, 패러디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시크릿 가든>을 ‘하나의 추억’이 아니라 ‘시대의 코드’로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트레이닝복을 입은 누군가가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말하면, 그 말에 담긴 감정과 유머를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것이 바로 ‘문화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시크릿 가든>은 그래서 지금 다시 봐도 유효하다. 한 시대의 감성과 유머, 사랑과 성장을 모두 담아낸 이 작품은, 단순히 좋은 드라마를 넘어, 우리 일상에 웃음을 심어주고, 함께 따라하고 추억할 수 있는 ‘함께 보는 드라마’였다. 다시 말하지만, 트레이닝복 하나에도 시대의 감정이 담길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증명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