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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킹덤> 세자 이창의 리더십이 남긴 메시지

by jadu79 2025. 6. 30.

좀비가 창궐하는 조선. 목숨을 건 전투, 배고픈 백성들, 숨 막히는 궁중의 권력 다툼 속에서 가장 위태로운 자리에 선 한 사람, 바로 세자 이창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단순히 좀비 액션 드라마가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 비극적인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앞장서 싸우는 지도자 이창의 성장 서사가 담겨 있다.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땐, 단지 좀비를 피해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몇 회가 지나고, 이창이라는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드라마는 오히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성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을 감추는 자와 드러내는 자, 어느 쪽이 진짜 지도자인가?”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이창은 위기 속에서 한 명의 군주로 성장해간다.


이번 글에서는 <킹덤> 속 이창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인물 분석과 명대사, 명장면을 통해 감성 리뷰를 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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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킹덤> 세자 이창의 리더십이 남긴 메시지

 

흔들리지만 나아가는 지도자: 이창의 인물 분석

 

이창은 전통적인 ‘영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처음 등장하는 그는 위엄보다는 외로움이 더 먼저 느껴지는 인물이다. 조선의 세자이지만, 어머니가 후궁 출신이라는 이유로 궁중에서 홀대받고, 실권은 물론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늘 그림자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 병든 왕의 상태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학주를 필두로 한 중전 측 세력은 그를 철저히 배제하고 조선을 장악해간다. 이창은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왕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궁을 나선다.


그는 처음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아니다. 오히려 위협 앞에서 흔들리고, 피범벅이 된 백성들을 마주하며 두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은, 바로 그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직시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창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녀 서비, 사냥꾼 영신, 병사 무영, 지방 관료와 백성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한다. 그는 태생적으로 독단적인 리더가 아닌, ‘함께하는 리더’에 가깝다. 특히 서비가 생사초에 대해 설명할 때, 그는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확인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지식의 부족을 인정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며 행동하는 모습은 리더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창은 또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병을 퍼뜨린 것이 자신이 아닐지라도, 그것을 멈춰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자각한다. 백성이 희생되는 장면을 마주한 후, 그는 더 이상 궁 안의 권력 다툼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라를 살리기 위한 선택을 앞세운다.


그의 가장 큰 변화는 백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백성을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바라보며, 그들의 목숨 앞에 자신의 안위도 내려놓는다. 한 장면에서 이창은 역병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병사들을 설득하며 말한다. “지금 이들을 두고 우리가 물러선다면, 그다음은 우리 차례다.” 이 말은 단지 좀비와의 전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앞세워 백성을 버려온 조선의 오랜 시스템을 끊겠다는 선언이다.


지도자는 본래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흔들림 속에서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가다. 이창은 무력했고, 고립됐고, 외로웠지만, 결국 진실을 향해, 백성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래서 그는 강한 리더가 아니라 ‘깊은 리더’다. 이창의 여정은 지금 우리가 리더에게 기대하는 덕목—경청, 공감, 책임, 결단—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명대사와 명장면: 리더의 결단이란 무엇인가

<킹덤>에서 세자 이창의 리더십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순간은 위기의 순간, 결단을 내려야 하는 바로 그때다. 수많은 전투 장면과 좀비의 습격이 이어지지만, 진짜 숨이 막히는 장면은 피 튀기는 싸움이 아닌, ‘열 것인가 닫을 것인가’라는 단 한 문장의 선택이 결정되는 장면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시즌 1 후반, 성문 앞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좀비 떼가 쫓아오고, 마을 사람들이 성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상황. 안에서는 관리들이 성문을 절대 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감염자가 섞여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창은 망설이지 않는다. “문을 열어라. 저 안에는 백성이 있다.” 그 짧은 대사는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그의 리더십 철학을 상징하는 선언과도 같다.


이 장면은 단순히 이창이 정의롭다는 감정적 연출을 넘어선다. 그는 이미 문을 열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 감염이 퍼질 수도 있고, 내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타산’이나 ‘조직 보호’보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한다. 실제로 성문을 연 후 위기는 더욱 커지지만, 이창은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거나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본인의 결단에 책임지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가 드러난다.


시즌 2에서 또 다른 결단의 장면이 등장한다. 조학주의 음모를 모두 파헤친 뒤, 이창은 공식적인 왕위 계승권을 내려놓는다. 조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무너진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그는 자신이 가장 유리한 지위를 포기한다. 많은 인물들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백성을 버리고 진실을 감추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왕좌를 마침내 앞에 두고도, 그는 말한다. “나는 왕이 아니다. 조선을 지킬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 대사는 명확한 방향성을 품고 있다. 리더란 지위를 지키는 자가 아니라, 공동체를 책임지는 자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창은 권력이 아닌 백성에게 충성하며, 백성의 신뢰로써 지도자가 된다.


또한 시즌 중반에 등장하는 대사 “왕이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 말은 권위가 아닌 책임의 언어다. 이 대사는 이창이 스스로 ‘왕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자각하는 순간이자,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창의 결단은 언제나 명분보다 사람을 우선에 둔다. 그리고 그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감정적인 분노나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깊은 숙고와 공동체 전체를 향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요즘 현실에서도 리더의 자격을 묻는 일이 많다. 위기 상황에서 누구를 살릴 것인가, 누구를 위해 싸울 것인가. 이창의 명대사와 명장면은 그 질문에 하나의 해답을 준다. 지도자는 위험을 피하는 자가 아니라, 위험 앞에 먼저 나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킹덤> 속 이창은 그 이상을 행동으로 증명해낸다.

 

감염보다 무서운 것은 권력의 탐욕: 이창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

<킹덤>은 단순한 감염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과 진실 은폐가 만들어낸 파국이다. 생사초를 통해 왕을 살리려 한 조학주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백성을 희생시킨 궁궐의 논리. 이창은 그 한가운데서 인간의 이기심과 싸운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자들이며, 권력을 위해 백성을 도구로 쓰는 자들이다. 이창은 그런 시대에 홀로 저항한다. 단지 좀비를 물리치는 것이 아닌, 권력을 바로잡고 백성을 구하고자 한다.


특히 감염병이 정치적으로 통제되고, 정보를 감추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면, 코로나19 시대를 겪은 우리가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킹덤>은 그렇게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지도자의 무능과 탐욕은 한 나라 전체를 좀비로 만든다. 반면, 이창처럼 진실을 마주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자가 있을 때, 우리는 희망을 다시 말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를 되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모두가 도망칠 때, 앞으로 걸어 나오는 자. 모두가 감추려 할 때, 드러내려는 자. 그것이 진짜 리더다.”


드라마 <킹덤>은 좀비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은 '리더십'에 대한 깊은 사유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세자 이창이며, 그는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끝까지 버티는 지도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두려움 속에서도 옳은 선택을 하려는 용기,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이다. 이창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킹덤>은 무서운 좀비보다, 더 인간적인 이야기다. 백성을 위한 정치, 공포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이창이라는 인물.


당신은 어떤 리더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우리는 이창 같은 리더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킹덤>은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