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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좀비가 나타났다? <킹덤> 숨막히는 사극 좀비물의 시작

by jadu79 2025. 6. 30.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은 2019년 공개와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좀비'와 '조선시대 사극'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의 결합, 그리고 영화 <부산행>의 좀비 열풍 이후 다시 등장한 새로운 K-좀비의 물결. 하지만 <킹덤>은 단순히 공포와 액션만이 아닌, 조선 사회의 병폐, 권력 싸움, 민초의 삶을 날카롭게 비춘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땐 솔직히 ‘좀비랑 사극이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한 회, 두 회, 어느새 시즌 1을 정주행하고도 모자라 시즌 2까지 내리 달려버렸다.


이번 글에서는 <킹덤>이 왜 특별한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서사극으로서의 매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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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좀비가 나타났다? <킹덤> 숨막히는 사극 좀비물의 시작

드라마 <킹덤> 기본 정보: 세계가 주목한 K-좀비 사극

드라마 <킹덤>은 2019년 1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대한민국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극 장르물이다. 특히 사극과 좀비라는 결합은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시도였는데, 단순한 장르 혼합을 넘어선 서사적 깊이와 영상미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 1은 공개와 동시에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 각지에서 화제를 모으며 ‘K-좀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정착시켰다.


극본을 맡은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 <싸인> 등의 작품으로 이미 장르물 대가로 인정받은 인물이며, <킹덤>에서 역시 정치적 음모, 추리, 미스터리, 감염병 소재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연출은 영화 <끝까지 간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성훈 감독이 맡았으며, 특히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제작 지원 아래 한국 드라마로는 보기 드문 스케일과 디테일을 구현해냈다. 단순히 좀비와 사극의 조합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긴장,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풀어낸 점이 이 작품의 진짜 저력이다.


주연으로는 주지훈이 세자 ‘이창’ 역을 맡아 무력하지만 양심 있는 왕족으로서의 고뇌를 보여주고, 배두나는 의녀 ‘서비’로 출연해 진실을 파헤치는 지적인 역할을 소화한다. 류승룡은 대립 세력인 조학주 역을 맡아 권력의 화신 같은 연기를 선보이며 긴장감을 이끈다. 조연진 또한 김상호, 김성규, 허준호 등 연기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로 구성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킹덤>이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괴질의 발병 원인을 의학적·정치적으로 동시에 추적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좀비가 등장해 사람을 물고 감염된다'는 설정이 아닌, 역병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구조를 치밀하게 다룬다. 괴질의 원인이 '생사초'라는 신비한 약초에서 비롯되었고, 이 생사초는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는 미신과 욕망이 결합된 상징으로 사용된다.


또한, 좀비들이 낮에는 죽은 듯 멈춰 있고 밤이 되면 되살아나는 설정도 기존 좀비 장르의 문법을 비틀면서 시청자에게 더 큰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밤의 공포' 설정은 이후 시즌에서 반전되며 또 한 번 충격을 주는데, 이 역시 <킹덤>이 단순한 장르 소비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규칙을 흔드는 서사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킹덤>이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굶주림과 권력, 민심과 정치의 실패가 만들어낸 괴물이 바로 좀비라는 점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병이 아닌, 백성의 절망과 지배층의 탐욕이 맞물려 탄생한 파멸의 상징. 그 속에서 세자 이창이 백성을 지키려는 왕세자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서사는 전통 사극의 흐름과 현대적 스릴러가 맞물리며 새로운 감각을 완성한다.


이처럼 <킹덤>은 ‘좀비’라는 대중적 장르를 이용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역사 인식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 점이 바로 전 세계 시청자들이 <킹덤>을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줄거리 요약: "죽은 자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진실도 깨어난다"

드라마 <킹덤>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죽은 자들이 돌아온 조선, 그리고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세자의 여정’이다. 조선 시대, 왕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쓰러진 이후, 조정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왕의 병세는 외부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대신 조학주를 중심으로 한 세력은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하며 세자 이창을 권력에서 배제한다. 민심은 흉흉하고, 백성들은 ‘왕이 이미 죽었다’는 소문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이창은 왕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궁을 떠난다. 그는 자신이 배척당한 이유가 단순한 정쟁 때문만이 아니라 뭔가 심상치 않은 일 때문이라는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다. 그렇게 궁궐을 나선 이창은 동래지방에서 의녀 서비, 사냥꾼 영신과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조선 곳곳에서 번져가는 역병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역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고, 물린 이들이 또다시 좀비로 되살아나는 공포의 순환 고리다. 더욱이 이들은 해가 지고 나면 움직이기 시작하며, 날이 밝으면 다시 움직임을 멈추는 특성을 지닌다. 사람들은 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살아간다.


문제는 이 역병의 근원이 단순히 자연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창 일행은 조사 과정에서 '생사초'라는 기이한 약초가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전설을 믿은 권력자들이 이를 이용해 병든 왕을 살리려 한 것이 오히려 조선을 좀비의 나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도 조학주 일파는 역병의 존재 자체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백성이 죽어나가든 말든 오직 권력의 안정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세자의 추적을 방해한다. 세자 이창은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본래는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인물이지만, 역병의 진실과 조선의 실상에 점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줄거리는 단순히 좀비와 싸우는 액션 중심의 구조가 아니다. 매회 벌어지는 좀비의 습격은 정치적 긴장과 민중의 고통,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선택과 입장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인간 본성과 시대의 비극을 드러낸다.


드라마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이창은 점점 세자로서의 책임감을 자각하며,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조선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다. 역병이 확산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이창은 점차 고립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백성을 버리지 않으며, 점점 지도자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킹덤>의 줄거리는 ‘좀비가 창궐하는 조선’이라는 흥미로운 배경 속에서 시작되지만, 실상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부패,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참극에 대한 이야기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것보다 무서운 건, 살아있는 자들이 어떤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며 스스로의 죄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단순한 서바이벌이 아닌,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회복하려는 여정이며, 그 중심에 선 이창의 고군분투가 강렬한 서사로 펼쳐진다.

 

<킹덤>이 특별한 이유: 공포 그 너머의 정치, 사회, 인간의 이야기

<킹덤>이 단순한 좀비 드라마였다면 이렇게까지 세계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공포’와 ‘정치’라는 장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좀비는 단순히 무서운 괴물이 아니다. 이 괴물은 조선이라는 국가가 안고 있던 문제들 — 기득권의 탐욕, 부패한 권력, 굶주린 백성의 절망 — 그 모든 것을 상징한다.


정치를 통해 좀비가 만들어지고, 또 정치로 인해 진실이 은폐된다.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은 외부에서 확산되는 역병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세자와 진실을 감추려는 조학주의 대립은 곧 조선이라는 국가의 생존을 가르는 싸움이다.


또한 서비와 영신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킹덤>은 ‘이야기 구조의 확장’을 시도한다. 서비는 과학적, 의학적 접근으로 역병의 근원을 밝히고자 하고, 영신은 과거의 트라우마 속에서 복수와 정의를 갈팡질팡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이들은 단순한 조력자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좇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배경이 되는 ‘조선’은 단순한 시공간이 아니다. 병든 나라의 메타포이자,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은유로도 읽힌다. 팬데믹 시대를 지나온 우리가 이 작품을 다시 보면, 단순히 픽션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한 현실과 오버랩되는 순간들이 있다.


<킹덤>은 단지 좀비가 뛰어다니는 자극적인 볼거리가 아니다. 조선이라는 배경을 빌려, 지금 우리의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시즌 1에서는 좀비의 실체와 기원을 쫓는 여정이 중심이지만, 뒤로 갈수록 인간의 탐욕, 권력욕, 그리고 백성을 지키려는 이창의 고뇌가 중심축이 된다.


단단한 서사, 훌륭한 연출, 강렬한 시각효과, 무거운 주제의식까지. <킹덤>은 K-드라마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다. 한 편의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긴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 아직 <킹덤>을 보지 않았다면? 이건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멈추지 않게 만들 작품이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다 본 뒤엔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킹덤>이 가진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