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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의 공간, 패션, 음악 트리비아 총정리

by jadu79 2025. 6. 29.

드라마 <빈센조>를 보고 난 후,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단연 ‘금가프라자’일 것이다. 처음에는 마피아 출신 변호사가 금을 숨겨놓은 장소로 등장하지만, 점차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 ‘저항’, ‘따뜻한 유머’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하지만 이 장소가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인지, 아니면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인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촬영 장소의 비하인드부터 그 속에 숨겨진 연출적 장치, 시대와 캐릭터의 감성을 표현한 패션과 음악까지. <빈센조>는 복수극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디테일하게 보면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의 ‘문화 연출력’을 자랑한다. 금가프라자는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빈센조>의 상징인 ‘금가프라자’를 중심으로, 세트의 의미, 인물들의 스타일 변화, 그리고 음악과 트리비아 등 숨겨진 재미 요소들을 총정리해본다. 작품을 더 깊게 음미하고 싶은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분석이다. 금가프라자의 상징성과 촬영 비하인드, 그리고 우리가 놓친 재미 요소들 소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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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의 공간, 패션, 음악 트리비아 총정리

 

금가프라자, 공동체의 요새가 되다

<빈센조>의 중심 무대인 ‘금가프라자’는 서울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건물이다. 하지만 촬영은 전라남도 정읍의 한 폐건물 부지와 경기도 세트장에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외관은 CG와 실물을 혼합해 만들어냈다. 드라마 초반, 금가프라자는 허름한 외양과 이상한 입주자들로 채워진 낡은 건물일 뿐이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이 공간은 점점 ‘사람 냄새 나는 공간’, ‘작지만 끈끈한 저항의 근거지’로 변모한다.


연출진은 이 플라자를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상징적인 구조물로 만들기 위해 조명부터 색감, 배치까지 치밀하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플라자 입주자들의 점포 간 간판 디자인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각각의 캐릭터를 반영한 개성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또한, 각 인물의 주요 대사가 나오는 장소는 반복적으로 특정 공간(옥상, 공용 계단, 뒷골목 등)에서 이루어져, 그 공간의 의미가 점점 더 깊어진다.


특히 바벨그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금가프라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닌 ‘싸움의 상징’이 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모여드는 요새 같은 느낌. 송중기(빈센조 역)가 무너진 플라자 앞에서 한 말 “이곳은 내 금보다 소중해”는 그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드라마 말미에서 플라자를 지켜낸 이들이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하는 장면은, 단순한 엔딩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가 어떻게 ‘가족’으로 변모했는지를 보여주는 미학적 연출이다.

 

시대와 인물의 감정을 말하는 패션

<빈센조>의 인물들은 대사와 행동뿐 아니라 ‘입고 있는 옷’으로도 자신을 설명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빈센조다.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그는 대부분 클래식한 수트를 입고 등장한다. 그의 수트는 단순한 멋내기가 아니라 캐릭터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변호사의 정장이 아니라, 광택이 은은한 울 소재, 좁은 라펠, 정확한 테일러링이 살아 있는 이탈리안 수트다.

 

이는 빈센조가 한국 사회에서 이방인이며 동시에 독자적인 규율을 지닌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그가 입는 수트의 색과 질감이 시기별로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블랙과 다크 네이비처럼 차갑고 금속적인 느낌의 색상이 주를 이루는데, 중반 이후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가까워지며 차콜 그레이나 미디엄 브라운, 소프트 블루 계열이 등장한다.

 

이 변화는 그의 심리 상태와 타인에 대한 감정의 연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감정 변화에 따른 색채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빈센조는 단 한 번도 넥타이 매무새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바지의 길이, 구두의 광택까지 철저히 유지한다. 이는 그가 아무리 감정적으로 흔들려도 스스로를 통제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반면 홍차영은 극 초반 도회적이고 시크한 도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블랙 블라우스에 슬랙스, 높게 묶은 포니테일과 가느다란 힐은 냉철한 법조인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빈센조와 협업하게 되면서 그녀의 스타일은 점점 유연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뀐다. 자주 입는 정장은 밝은 톤으로 변화하고, 포멀한 구두 대신 로퍼나 운동화, 편안한 셋업룩이 눈에 띈다. 이는 차영이라는 캐릭터가 정의와 이상만을 좇던 ‘이성 중심’ 인물에서, 감정과 행동으로 움직이는 현실적인 연대로 성장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 역시 스타일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금가프라자의 조 사장은 항상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유도관 운영자라는 배경뿐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행동가’로서의 역할을 보여준다. 한약방 주인은 늘 한복풍 의상과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는데, 전통과 약간의 괴짜 기질이 섞인 그의 성격을 함축한다.


바벨그룹의 인물들 역시 스타일로 캐릭터를 설명한다. 장준우는 잔혹함과 유약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인데, 그의 스타일은 이를 시각화한다. 겉보기에는 부드러운 니트, 밝은 색상의 셔츠를 입지만, 시계나 액세서리 등 작은 디테일에서는 금속성과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이는 그가 가진 이중성과 이면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장치다.


이처럼 <빈센조>의 패션은 단순히 멋진 옷을 입히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심리와 정체성, 관계의 변화까지 이야기하는 하나의 언어로 활용된다. 인물의 감정선이 바뀔 때마다 옷이 먼저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과 대사, 우리가 놓친 트리비아들

드라마를 더욱 깊게 만드는 건 음악이다. <빈센조>는 OST에 있어서도 이례적인 구성을 보여줬다. ‘Adrenaline’과 ‘My Room’ 등은 주인공의 내면과 액션의 긴장감을 함께 끌어내는 곡으로 사용된다. 특히 ‘Adrenaline’은 빈센조가 복수를 결심하거나,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마다 등장해 그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곡들이 대부분 이탈리아풍 선율과 한국어 가사를 혼합해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에 정착한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콘셉트에 맞춘 전략적 선택이다. OST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닌, 캐릭터의 국적과 감성을 설계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명대사’로 꼽는 구절 중 하나는 바로 이 대사다. “복수는 정당하지 않아. 하지만 통쾌하지.” 이 대사는 송중기의 표정과 맞물려, 수많은 짤과 패러디로 소비되며 대중적 밈으로 확산됐다. 제작진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이후 빈센조가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 대사에 버금가는 강렬한 한 줄들을 삽입한다.


한편 금가프라자에 등장하는 입주자들도 흥미로운 트리비아가 많다. 예를 들어 ‘노덕천 변호사’는 실제로는 연극계 베테랑 배우 양경원이 연기했으며, 특유의 말투와 표정 연기는 대본보다 훨씬 많은 애드리브로 채워졌다.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이 캐릭터의 대부분은 양경원의 창작이었다고 한다.


또한 플라자에 있는 유도 도장, 한약방, 댄스 교습소 등은 실제 한국 도시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이는 ‘어딘가 현실 같지만 비현실적인’ 이중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의도적으로 90년대식 간판과 복고풍 소품을 섞어 배치했다고 한다. 이처럼 <빈센조>는 각 요소들이 하나의 의미로 결집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드라마였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제작진의 디테일이다.

 

<빈센조>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빈센조>가 특별한 이유, 우리가 놓친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시각적 디테일, 캐릭터 스타일, 음악과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철저하게 설계된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다. 금가프라자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이며, 그 공간을 채우는 입주자들은 현실의 우리 이웃처럼 생생하다. 특히 그 안에 담긴 유머와 패션, 촬영지의 상징성, 음악적 장치까지 놓고 보면 <빈센조>는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세계관 구축형’ 콘텐츠다.


우리는 종종 ‘스토리’만 기억하지만, 진짜 명작은 ‘공기’와 ‘공간’까지 기억에 남는다. <빈센조>가 바로 그런 드라마다. 이제 다시 이 드라마를 보면, 플라자의 작은 간판 하나, 옷의 색 하나, 흐르는 음악 한 줄이 전보다 훨씬 더 깊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