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시그널> 줄거리 완벽 해설: 무전기로 이어진 과거와 현재

by jadu79 2025. 6. 26.

어느 날, 낡은 경찰 무전기에서 들려온 목소리 하나가 시작이었다.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은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무전’이라는 장치를 통해, 단순한 살인 사건 해결을 넘어 인간의 절망, 정의의 가능성, 그리고 시간의 비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방영 당시부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기록한 <시그널>은 지금까지도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며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 글에서는 <시그널>의 기본 정보와 함께 전체 줄거리를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드라마가 왜 한국형 장르물의 교과서로 불리는지를 감성과 해석을 섞어 이야기해보려 한다. 드라마를 이미 본 사람에게는 되새김의 기회로,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강력한 관람 권유서가 될 수 있길 바라며.

&lt;시그널&gt; 줄거리 완벽 해설: 무전기로 이어진 과거와 현재
<시그널> 줄거리 완벽 해설: 무전기로 이어진 과거와 현재

시그널, 드라마의 기본 정보와 제작 배경

<시그널>은 2016년 1월 22일부터 3월 12일까지 tvN에서 금토드라마로 방영된 총 16부작 드라마다. 장르물의 대가로 손꼽히는 김은희 작가와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김원석 PD가 손잡은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김은희 작가는 이미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을 통해 ‘한국형 장르물의 길을 닦은 작가’로 평가받았고, 김원석 PD는 <미생>을 통해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입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 둘의 협업은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장르물’을 만들어냈고, 장르 팬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출연진도 화려했다. 이제훈은 영화 <건축학개론>, <파파로티> 등을 통해 감성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킨 배우였고, 이번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조진웅은 이미 <범죄와의 전쟁>, <화이>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였고, 시골 형사 이재한 역할을 통해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혜수는 설명이 필요 없는 톱배우로,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강력계 팀장 차수현 역을 맡아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시그널>은 무전기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구성과 인간 중심의 서사로 오히려 더 강력한 현실감을 선사했다. 드라마 속 주요 사건 대부분이 실제 미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형호 유괴 살인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시청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졌다.

 

특히 ‘공소시효’라는 개념을 중심에 둠으로써, 법의 한계와 그로 인해 사라진 정의의 무게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공소시효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거웠고, <시그널>은 그 흐름에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극의 긴장감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더욱 증폭됐다. 정해진 시간에만 울리는 무전기,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가 사건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시간 간섭 구조는 극적인 전개를 만들어냈고, 결과가 바뀔 때마다 현재의 인물들과 기억도 바뀌는 설정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몰입감을 선사했다.

 

결국 <시그널>은 장르물로서의 재미와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모두 잡은 드라마로 평가받으며, 시청률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낸 작품으로 남았다.

 

줄거리 요약: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 무전기로 만나다

드라마 <시그널>의 중심에는 '무전기'라는 특별한 매개체가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경찰청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은 어린 시절 경험한 형의 억울한 죽음을 마음속에 묻고 살아간다. 형은 한 소녀 유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로 처리되었고, 이 일은 해영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폐쇄된 경찰 창고에서 발견한 낡은 무전기가 울리며 상황이 급변한다. 무전기 속 목소리는 놀랍게도 과거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이다. 재한은 1989년을 살아가는 형사로, 해영이 알고 있는 미제 사건들을 아직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인물이다. 둘은 서로가 다른 시공간에 있음을 인식하고, 제한된 시간에만 연결되는 무전을 통해 협력하게 된다. 박해영은 현재의 시점에서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과거의 재한에게 전달하고, 재한은 그 단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전개해간다.

 

두 사람의 공조는 처음엔 단순히 하나의 사건 해결을 목표로 시작되지만, 점차 더 복잡한 퍼즐을 향해 나아간다. 과거의 행동이 현재의 현실을 바꾸기 시작하고, 과거에서 재한이 선택한 결정이 해영의 기억과 주변 인물의 상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청자도 혼란과 긴장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인물, 차수현(김혜수 분)이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현재에서 강력반 팀장을 맡고 있는 수현은 과거 재한과 경찰서 동기이자 깊은 신뢰를 나눈 파트너였고, 그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은 인물이다. 해영과 함께 미제 전담팀을 구성한 수현은 재조사 과정에서 재한이 실종된 이유와 그 뒤에 숨은 진실에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드라마는 한 편의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바꾸고 또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는 복합적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해영은 형의 누명을 풀고 싶다는 사적인 바람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경찰 내부의 은폐와 조작, 권력의 부패 등 거대한 구조적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재한 역시 진실을 좇다 고립되고, 그로 인해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이들의 무전은 단순한 수사 협업이 아니라, 정의를 향한 간절한 연대이자 각자의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투쟁이다.

 

특히 한 사건의 진범을 잡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더 큰 진실이 은폐된 사실이 드러나는 구조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릴러 이상임을 보여준다. 시간이라는 변수는 인물의 감정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낯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며, 시청자는 매 회 차가 거듭될수록 한 걸음씩 진실에 다가가는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왜 <시그널>은 지금도 회자되는가: 장르물 그 이상의 무게

<시그널>은 단순히 스릴 있고 반전 있는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트라우마를 장르물의 틀 안에서 정면으로 응시한다. 공권력의 부패, 경찰 내부의 침묵, 언론의 왜곡, 피해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가에 대한 집요한 고발이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현실에서 마주했던 사건들이 떠오른다. 김학의 사건, 용산 참사, 장자연 사건처럼 우리 사회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진실들 말이다. 작가 김은희는 허구를 빌려 현실을 조명하고, 시청자들에게 “당신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고 묻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재가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는 설정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흔들린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피해자인가, 그리고 누가 기억하는가. 이는 단지 드라마 속 인물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건 바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다. 조진웅은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이재한을 ‘현실적인 이상주의자’로 그려내며 묵직한 감정을 선사한다. 김혜수는 냉정하지만 깊은 감정을 품은 차수현을 완벽히 소화하며, 이제훈은 불완전하지만 진실을 좇는 박해영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이 세 사람의 호흡은 말 그대로 ‘시그널’의 삼각축이다. 이들이 함께여서 가능했던 서사이고, 이들이었기에 시청자는 이 드라마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그널>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흥미로운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질문을 던진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바뀐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 무전기를 통해 이어진 재한과 해영, 그 사이에서 수현이 겪는 감정선은 단순한 스릴이 아닌, 인간의 죄책감과 용기, 상실과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시그널>을 이야기한다. 후속 시즌을 바라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팬심이 아니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깊은 울림을 남겼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혹시 아직 <시그널>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다. 단순한 ‘장르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드라마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 회를 본 순간,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가 아니야. 나한테는 하나의 시그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