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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고래는 무슨 뜻일까?

by jadu79 2025. 6. 24.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어쩌면 법정도, 사건 해결도 아닌 ‘고래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뭉클한 장면이 끝나고, 우영우가 창밖을 바라보며 상상 속 바다를 떠올리는 장면. 누군가에게는 뜬금없는 판타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고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우영우의 내면’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녀가 생각에 잠길 때, 무언가를 깨달았을 때, 감정이 벅차오를 때마다 고래는 화면에 떠오른다. 때로는 유유히 바다를 유영하고, 때로는 도시 하늘 위를 날고, 때로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움직인다.


이 글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와 돌고래가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그리는 은유적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 동시에 드라마 속 배경 음악, 시대별 감성, 의상 스타일, 숨은 디테일까지 분석하며, 왜 이 드라마가 단순한 힐링물 그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남았는지를 풀어보려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고래는 무슨 뜻일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고래는 무슨 뜻일까?

 

고래는 왜 하늘을 날았을까: 우영우 내면의 은유

드라마에서 고래는 단순한 동물 이상이다. 주인공 우영우는 어린 시절부터 고래에 푹 빠진 인물로, 판넬로 도배된 고래 그림,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해양도감, 고래 관련 뉴스에 대한 집착 등은 그녀의 독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고래가 단순히 그녀의 ‘취향’이 아닌, 감정과 연결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영우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자신의 기쁨, 감동, 혼란을 직접 드러내는 대신, 그녀의 세계는 시각적 상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장면마다 고래를 통해 그녀의 감정을 짐작하게 된다. 예를 들어 1화에서 첫 변론에 성공한 후, 고래가 도시 하늘을 헤엄치는 장면은 일종의 희열의 시각화다. 사회적으로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첫 희망의 순간에, 고래가 그녀의 내면을 대신해 날아오르는 것이다.


3화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자폐 스펙트럼의 인물을 만나면서 감정의 동요를 느낀 우영우가, 고래 소리를 듣고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려 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정서적 해석 장치다. 심지어 고래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도 중요하다. 감정이 고립되고 위축되는 순간엔 오히려 고래가 사라진다. 시청자 입장에선 고래가 없다는 사실조차 우영우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결국 고래는 ‘우영우의 감정 언어’다. 말보다 정확한, 화면 속 정서의 지표다. 고래가 뜨면 우리는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감정 전달의 새로운 방식이자, 시청자와 주인공 사이의 다리가 되어주는 장치인 셈이다.

 

시대감성과 감각의 교차: 배경, 음악, 스타일에 숨은 디테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감성적으로 오래 남는 이유는 단지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 요소’들이 전체 분위기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요소는 음악, 배경, 그리고 스타일이다.


먼저 음악. BGM은 대부분 따뜻하고 포근한 피아노 선율, 혹은 여백을 살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제곡 중 하나인 ‘Better Than Birthday’는 우영우와 이준호의 관계를 은근히 그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기다림’과 ‘조심스러움’을 표현하는 음악은, 이 드라마의 톤을 정확히 잡아준다.


또한 전반적인 색감도 인상적이다. 드라마는 ‘비현실적으로 따뜻한 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톤 다운된 파스텔 색감을 많이 사용한다. 사무실조차 노란 조명 아래 다소 따뜻하게 연출되어 있고, 인물들이 입는 옷도 강한 색보다는 부드러운 계열이 많다. 이는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집중도를 높여주는 장치다.


우영우의 의상 역시 드라마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대부분 체크무늬, 브라운 계열의 정장을 입는다. 보수적이면서도 귀엽고, 지나치게 ‘다름’을 강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가방이나 구두도 대부분 일관성을 유지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스타일리스트는 인터뷰에서 “우영우가 패션으로 눈에 띄는 것보다는, 본인의 이야기와 시선이 더 먼저 전달되길 바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한바다’ 사무실 창밖 풍경, 동네 김밥집, 골목길 같은 공간들도 낡지 않으면서도 너무 현대적이지 않은, ‘지금과 어딘가 사이’의 느낌을 준다. 이는 장애와 비장애, 감성과 이성, 이상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드라마의 태도와도 맞닿는다.


이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시각과 청각의 섬세한 설계로 ‘따뜻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현실’을 구현한다. 시청자가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감성적 장치들이 고래의 상징성과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우영우 트리비아와 상징들

드라마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제작진의 의도와 상징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트리비아 요소를 함께 살펴보자.

 

① 고래 종류도 매번 다르다
우영우가 떠올리는 고래는 매 회 다르다. 혹등고래, 들쇠고래, 범고래, 향유고래 등 사건의 주제나 감정선에 맞춰 고래의 종류가 바뀐다. 예를 들어 위축되고 상처 입은 장면에서는 깊은 바다에 사는 향유고래가 나오고, 환희의 순간에는 점프하는 혹등고래가 등장한다. 이 디테일은 고래 자체가 ‘감정의 캐릭터’로 기능한다는 걸 보여준다.


② 우영우의 말버릇은 거울이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우영우” 같은 회문은 단지 특이한 말버릇이 아니다. 이 말은 우영우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상징한다. 앞뒤가 같은, 대칭 구조를 가진 단어에 집착하는 건 세상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그녀의 방식이다.


③ 고래는 단절이 아닌 연결의 상징
일반적으로 고래는 ‘깊은 바다’, ‘고립’을 연상시키지만,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관계를 연결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우영우는 고래를 통해 동료들과 대화하고, 아버지와 감정을 나누며, 이준호와의 관계도 고래 이야기로 시작된다.


④ ‘한바다’라는 로펌의 이름
우영우가 일하는 로펌의 이름이 ‘한바다’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래가 사는 ‘바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상징적 결합이다. 결국 ‘한바다’는 그녀가 자신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수용과 포용의 은유이기도 하다.


⑤ 우영우의 BGM은 '고래 소리'로 시작된다
우영우가 등장할 때 배경에 고래 소리가 깔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녀의 세계관을 표현함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다시 한번 의식하게’ 만든다.


이 모든 디테일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 덕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남다른 감성과 여운을 남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특별한 드라마인 이유는 단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다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주인공 우영우는 다르지만 이상하지 않고, 이상하지만 결코 틀리지 않다. 그녀의 사고방식은 때론 엉뚱하지만 논리적이고, 그녀의 감정 표현은 낯설지만 진심이다. 그리고 고래는 그런 우영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존재다.


누군가는 그저 큰 바다의 동물이겠지만, 그녀에겐 고래가 곧 마음이고, 생각이고, 언어다. 우리가 고래를 통해 우영우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드라마 속 고래는 매 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본 적이 있니?” “이상한 것과 다른 것은 같은 말일까?”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넌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멈춰 서게 된다. 그리고 스크린 속 고래를 바라보며 비로소 느끼게 된다. 그녀가 고래를 떠올릴 때, 우리도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다. 법정 드라마이면서도 감성 드라마였고, 감성 드라마이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였던 이 드라마는 결국 우리에게 고래처럼 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우영우와 함께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