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의 아저씨〉를 본 사람은 왜 울었을까? 줄거리 요약과 위로의 의미

by jadu79 2025. 6. 23.

드라마 <나의 아저씨>, 상처 입은 두 사람의 위로에 우리는 왜 이 드라마에 끌리는 걸까? 어떤 드라마는 ‘재미’ 때문에 기억에 남고, 어떤 드라마는 ‘잔상’ 때문에 오래 남는다. <나의 아저씨>는 후자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사람은 대개 무거운 분위기와 느린 전개에 당황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화를 끝내면 2화를 누르고, 3화를 누르게 된다. 거창한 사건도 없고, 극적인 로맨스도 없지만, 시청자들은 점점 이 드라마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말해주는 것이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인생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작품으로, 배우 이선균과 아이유가 주연을 맡았다. 초반에는 40대 아저씨와 20대 여자 주인공의 나이 차와 어두운 분위기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방영이 거듭될수록 입소문을 타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가 되었다. 잔잔한 음악, 담백한 연출, 사람 냄새 나는 대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치열한 ‘생존기’와 ‘위로’의 서사.

 

이 드라마는 말한다. “살아가는 게 얼마나 벅차고 고된지, 그래도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다면 조금은 견딜 수 있다고.”  우리가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나의 아저씨〉를 본 사람은 왜 울었을까? 줄거리 요약과 위로의 의미

상처 입은 두 사람의 만남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은 구조엔지니어 ‘박동훈’(이선균)과 계약직 직원 ‘이지안’(아이유)이다. 겉보기에 그들은 전혀 접점이 없다. 동훈은 40대 중반의 회사원이자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고, 지안은 스무 살 중반의 청소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생존을 이어가는 청년이다. 하지만 이 둘은 아주 깊은 곳에서 닮아 있다.

 

무기력, 외로움, 절망. 그리고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동훈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으며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그 회사는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아내는 외도 중이고, 둘째 형은 실업자에 도박중독, 셋째 형은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술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동훈은 속으로 말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이지안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며, 빚에 쫓기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녀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아니,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지우고 산다. 그런 그녀가 동훈을 알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의 균열이 생긴다.

 

지안은 처음엔 동훈을 무너뜨리기 위해 접근하지만, 오히려 그와 함께하면서 ‘좋은 사람’을 처음 경험한다. 말없이 건네는 김밥 한 줄, 술에 취해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 나보다 먼저 나를 걱정해주는 태도. 그리고 동훈 역시 지안을 통해 잊고 있었던 ‘마음’을 회복해간다. 이 둘 사이에는 연애 감정이나 물리적인 로맨스가 없다. 로맨스 없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어떤 로맨스보다 강한 ‘정서적 연결’이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다.

 

모든 인물에게 인생이 있다

<나의 아저씨>의 또 다른 매력은 ‘조연’이 곧 주연처럼 느껴질 정도로 살아 있는 인물들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연은 동훈과 지안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각자 자신의 서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동훈의 두 형, 상훈(박호산)과 기훈(송새벽)은 첫눈에 보기엔 무능력하고 철없는 중년 백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 포기와 꿈, 분노와 후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큰형 상훈은 한때 사법고시를 준비했지만 실패했고, 이제는 동생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가족의 중심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회포를 풀기 위해 찾아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골목 어귀 술집의 바텐더로서 소소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기훈은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한 채, 매일 술로 하루를 때우며 과거의 자신을 비웃는다. 하지만 그는 한때 예술을 꿈꾸던 사람이었고, 지금도 세상에 대한 냉소 속에 깊은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해 동훈에게 말한다. “형이 너한테 괜히 뭐라고 하는 거, 다 미안해서 그래. 우리 셋 중에 너만 사람 구실하잖아.” 그 말 한마디에 이 가족이 얼마나 서로를 의식하며 버티고 있는지 드러난다.


지안의 할머니 순이(손숙)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적은 대사를 가진 인물이다. 청각장애인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지안은 세상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지만, 유일하게 할머니 앞에서는 보호자가 된다. 지안이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을 때, 할머니가 집에 혼자 남겨져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사랑’이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할머니 역시 손녀가 매일 고단하게 돌아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방식으로 응원하고 위로한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그저 손을 꼭 잡아주는 장면은 그 어떤 말보다 큰 울림을 준다.


회사 사람들 역시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도준영 상무(김영민)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동훈을 끌어내리려 하고, 지안을 이용하지만, 결국 그는 외롭고 불안한 인간의 전형이다. 회사 내 정치, 위계, 줄서기는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불안과 생존이 만들어낸 구조적 비극으로 그려진다.


이 밖에도 동네 사람들, 직장 동료들, 심지어 지안에게 돈을 갈취하는 광일(장기용)조차도 단선적 악역이 아니다. 광일은 지안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지만, 어릴 적 함께 버려졌던 공통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지안을 지배하려 하지만, 동시에 잃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사랑과 폭력, 애착과 증오가 얽힌 이 관계조차 현실적이고 복잡하다.


이처럼 <나의 아저씨>는 “이야기 밖에 있는 인물은 없다”는 철학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캐릭터는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무게가 모여 이 드라마의 현실감을 완성한다. 그들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또는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깊이 스며든다.

 

위로, 그 조용한 기적

<나의 아저씨>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지안이 동훈에게 “사장님은,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나 감탄이 아니라, 지안의 생존을 이끈 유일한 끈이다. 동훈은 누군가를 살리겠다는 의도도 없었고,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묵묵히 살아갔고, 옳은 일을 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모습 자체가 지안에게는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희망이 되었다.

 

그리고 지안 역시, 동훈에게는 같은 의미였다. 지안의 맑지 않은 눈빛,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단단함은 동훈이 잊고 살았던 감정을 끄집어냈다.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충동. 이 드라마의 위로는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가 웃어주는 일, 따뜻한 물을 건네는 일, 무심한 척 챙겨주는 일. 그런 작고 조용한 행동들이 모여서, “살아도 괜찮다”는 믿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위대한 위로극이다. 정말 아픈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조용히 말해준다. 우리는 결국, 서로를 살게 만든다고.

 

<나의 아저씨>는 누군가의 말처럼 ‘힐링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고통스럽고, 침잠하고, 마음이 무너진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되고, 남을 이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아무 일도 없는데도 고단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저런 날이 있었지.” “저런 말, 나도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이 드라마에 ‘이입’이 아닌 ‘동행’을 하게 된다.

 

결국 드라마 속 그들처럼, 우리도 살아간다. 버티고, 흔들리고, 때론 무너졌다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일어선다. <나의 아저씨>는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아주 조용하고 단단하게 들려준다.